단편

나는 꿈이 있었다.

세상을 무너뜨릴 것 같은 대지진을 모르고 뛰어다녔고, 결국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위에 눈을 감았는데, 다음 순간 시야에 익숙한 것이 펼쳐졌다.

새벽과 황혼의 푸르스름한 햇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거실로 비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거칠게 내던진 휴대폰이 간절히 울부짖었다.

“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전화 화면에 모르는 번호가 뜨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잘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 무영아 오늘 출근 안해?”

기억이 흐릿해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는 점원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하고 적절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일이 없어서 어제 쉬라고 했어요.”

“아하… 알았어, 내일 봐”

큰 사업이 아닌 것처럼 전화를 끊은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별로 신경쓰지 않은 그는 자신이 전화번호를 등록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거칠게 덮고 있던 이불을 옆으로 치우고 침대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목이 완전히 마르고 조금 아팠지만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익숙한 느낌인지 몸은 이미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책이 꽂혀 있는 책장과 온갖 약봉지들로 가득 찬 책상을 바라보며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할 생각을 했다.

거실에 있는 주방과 그 옆 작은 침실로 이어지는 계단을 보며 ‘지난번처럼 굴러떨어지면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여름처럼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다가가 재떨이에 거의 다 쓴 담배를 문질렀다.

쉬는 날 아침에는 생각보다 할 일이 없다.

또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수록 나갈 일이 없어 책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구석에 있는 스피커를 켜고 다시 누웠다.

넓은 거실과 높은 천장, 그리고 구석의 스피커에서 블루투스로 연결된 잔잔한 음악이 울려퍼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이렇게 포기한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에게 회복의 시간처럼 느껴졌던 이 시간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사건들이 중첩되어 점차 나를 갉아먹고 결국 썩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를 잔소리로 몰아붙였다.

지나간 시간은 형체를 잃고 타버린 담뱃불처럼 부서지고 버려져 아무것도 남지 않고 더러운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어요. 다시 글을 쓸 용기를 내어 조금이라도 상황을 반전시키고 좋은 환경에서 다시 펜을 들기 위해 세상 그 무엇도 내키지 않는 듯, 그저 내가 낭비한 시간을 비웃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피우고 있던 담배를 끄고 열린 담배의 뚜껑을 닫았다.

그날 밤 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어젯밤에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한 노래를 틀어 힘을 내보려 했다.

현악기 소리가 안타깝게 방안을 가득 채우고 괴로워할 때만 나는 굳은 몸을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보일러는 켜져 있었지만 차가운 바닥을 조금 밟고 욕실로 들어가 시체와 다를 바 없는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늘 검다고 놀리며 콤플렉스가 된 피부, 조금 더 덥수룩해지기 시작하는 수염, 눈가의 다크서클, 헝클어진 머리를 바라본다.

무엇이든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샤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물을 틀고 물속에서 비틀거렸다.

셔츠와 파자마 하의가 축축해서 속이 좀 쓰리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몸에 달라붙은 게으름이 씻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계속 물속에 있을 수는 없어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마쳤다.

샤워를 마치고 문득 오늘부터 뭔가를 쓰기로 했다는 생각이 나서 거실로 들어가 공책을 꺼내 우연히 굴러다니는 만년필을 찾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사용하던 펜은 케이스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걸 왜 여기에 두고 왔어… 분명 나처럼 펜이 아프진 않았을 텐데…”

그런 무의미한 말을 뱉어내면서 열어본 만년필과는 다른데 잉크가 너무 딱딱해서 못써서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에 녹여서 잉크를 다시 넣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그리고 일기를 손으로 쓴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과연 한 페이지라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식은 나에게 독이었다”

“결국 모든 것이 헛되더라도 우리는 계속 저항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로 한 페이지를 채우고는 마음이 놓였다가 펜을 내려놓고 몸을 쭉 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햇빛은 구름 뒤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생각이 나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블라인드를 열고 살짝 흐린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며 흐린 빛도 비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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