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 값을 올리기 위한 만보걷기

나른한 오후 귀찮은 몸을 일으켜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른다.

모자를 쓰고 앱을 켜다.

음식물 쓰레기와 카드를 자주 들고 집을 나선다.

공원 입구에 아주 맛있게 매달려 있던 대추를 처음 발견한 날. 작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과연 이 대추가 익을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다려줄지 궁금했던 대추. 그 다음 주에도 이대로 건강했던 대추.

그러게 추석이 지난주에 만났던 대추가 익기도 전에 틀린 곳이었어.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공원 입구에 비해 잘 보존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지나가는 욕심이 가만있지 않았다.

오늘 만난 대추는 완전히 잘못된 상태로 푸른 잎만 무성한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있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고 한결 가벼워진 나뭇가지와 잎이다.

미쳐 가져가지 못하고 떨어진 채 익어가는 대추 한 알만이 나 여기 있음을 알린다.

물가 산책로에서 만난 이름 모를 들꽃솜처럼 보인다.

요 며칠 무더운 날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내 온도로 내 길을 간다.

자연 시계는 정확하다.

조만간 시원하고 시원한 날들이 시작될 거야.

가라앉았던 몸과 마음을 잡아당겨 갑자기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한낮에 나왔더니 오늘도 역시 햇살은 강하다.

다행히 피해가는 태풍의 여운으로 온몸에 닿는 바람이 기분을 한층 상쾌하게 한다.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엔도르핀이 잘 충전되어 있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은 큰 구름이 해를 덮어주어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돌아올 때는 등을 돌리고 오는 바람이라 꼭 구름이 해를 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런 소원도 들어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구름이다.

따뜻하지만 따뜻한 햇살, 귀를 막는 듯한 바람, 큰 구름, 쉴 새 없이 우는 작은 풀벌레 소리, 흐르는 물소리, 들꽃들… 오늘따라 유난히 자연 친구들이 친근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은 큰 구름이 해를 덮어주어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돌아올 때는 등을 돌리고 오는 바람이라 꼭 구름이 해를 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런 소원도 들어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구름이다.

따뜻하지만 따뜻한 햇살, 귀를 막는 듯한 바람, 큰 구름, 쉴 새 없이 우는 작은 풀벌레 소리, 흐르는 물소리, 들꽃들… 오늘따라 유난히 자연 친구들이 친근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몇 번이나 지나가던 길인데도 항상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미칠 것 같은 귀여운 걸음. 도로 포장 때 물가에서 어떤 동물이 누가 보려고 급히 뛰어다녔는지 두 발자국이 동시에 박혀 있다.

질퍽해진 시멘트 포장길이 당황했음에 틀림없다.

가끔 구름이 해를 가리고 시원해도 해가 뜨면 구겨진 내 얼굴이 더 구겨질까봐 흩어진 참깨가 더 짙어질까봐 조금이라도 그늘을 찾아… 사실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이 한낮에 그늘 하나 없는 저 땡볕 아래 인도는 선뜻 걷기 싫었다.

이 시간에는 인적도 자전거도 별로 없어 내 전용처럼 무지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이 도로를 혼자 독차지하며 걸어간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을이다.

기쁘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생각하면 왠지 자꾸 아쉽다.

이번 가을은 그 어느 해보다 만끽하며 보내고 싶다.

늙었나 보네.겨우 1만이라는 숫자를 채우고 뿌듯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온다.

만보 달성 후의 기분으로는 매일 만보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일의 기분은 오늘 단언할 수 없다.

항상 내 마음은 최강 변덕스러우니까.짜낸 엔도르핀의 영향으로 오늘은 남편을 위해 안주를 스스로 즐겁게 가져다 드린다.

오랜만에 정성껏 적극 준비한 안주.이름 붙이면 닭가슴살볶음. 감탄하고 감사하고 입에 귀에 들었던 그분.아, 이 표현은 그냥 내 상상의 표현이야.그분의 약간의 미소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워낙 표현이 짧고 간결한 편이라…편의점 검은 봉지가 부풀어올라 열어보니 술이랑 같이 내려고 샀다는 팡파레. 응 고마워~~본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야.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그분은 내가 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 같아.술먹고, 약먹고, 커피먹고, 과일먹고, 아이스크림 다먹고, 다시 냉장고 문열었다 닫았다… 차라리 밥먹어라.결국 친정엄마가 삶아 얼려준 옥수수를 데우고 있다.

편의점 검은 봉지가 부풀어올라 열어보니 술이랑 같이 내려고 샀다는 팡파레. 응 고마워~~본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야.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그분은 내가 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 같아.술먹고, 약먹고, 커피먹고, 과일먹고, 아이스크림 다먹고, 다시 냉장고 문열었다 닫았다… 차라리 밥먹어라.결국 친정엄마가 삶아 얼려준 옥수수를 데우고 있다.